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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마트폰의 정점에서

 

 이러한 자원들을 손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안에 모두 욱여넣는 일은 이제 너무도 복잡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 작업은 '에너지 먹는 하마' 격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제조 과정에서만 이미 제품의 생애 주기 전체가 만들어내는 생태발자국의 절반, 소비 에너지의 80퍼센트를 잡아먹는 원흉이 되었다. 때문에 보다 더 인터넷에 연결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러한 자원들을 생산하는 지구상의 수십 개국(칠레, 볼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 뱃속을 탐사하지 않고서 디지털 혁명을 논한다는 건 한마디로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은 매우 구체적!"이라고, 우리가 만난 한 엔지니어는 이토록 자명한 것을 일부러 언급한다는 사실에 대해 거의 사과라도 하는 투로 말한다. 우리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가상현실이 실제 세계에서 그토록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탈물질화'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는 찜찜한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탈물질화 현상은 그 기원이 정보화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속으로 가축들을 대체하고, 종이로 금속을 대체하다가 디지털 매체로 종이마저 대체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변동이 이루어질 때마다 기존의 도구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보다 월등한 특성을 지닌 다른 도구가 추가되었다. 현대적인 전자 설비를 기획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자재들을 고려할 때, 오늘날의 정보화는 이러한 역사적인 메커니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뿐이다. 실제로, 책임감 있는 디지털 산업을 지향하는 한 전문가가 말했듯이, "탈물질화는 다른 식으로 물질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 전자폐기물의 처리를 위해서는 수거를 전담하는 기구는 물론 효율적인 재활용 과정, 역량 있는 순환경제 구조 등이 요구된다. 동물계, 식물계, 광물계의 쓰레기가 제멋대로 혼합된 이질적인 폐기물의 축적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네 단계를 거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회수하라, 수선 가능한 것은 수선하라, 수선한 것은 다시 쓰라, 새로운 것으로 재생산하라. 미래 세대에게 주어진 창의력의 상당 부분은 혁명적인 상품을 탄생시키는 일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을 영속시키는 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자손들에게는 이러한 물건들을 대충 고치거나 기워 쓸 권리나마 부여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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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클라우드 탐사

 

... "중국의 사회적 신뢰 시스템은 그저 서구 국가들이 이미 실제 삶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을 조금 더 명백하게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리엄 뉴컴은 말한다. ...

 

 데이터를 생산해낸다는 이유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인터넷 과다 소비로 귀결된다. ... '무료'는 말하자면 '데이터 인플레이션'과 동의어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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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기가 빚어내는 대혼돈

 

... 요컨대, '"환경 관점에서 말하자면, 가장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 건 모든 것에 언제든, 즉각적으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폴 브누아는 분석한다.

 

... 이메일 한 통은 최소 0.5그램에서 용량이 큰 첨부파일을 동반하는 경우 20그램까지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이는 1시간 내내 켜둔 전구로 인하여 발생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매일 이러한 메일 3190억 통이 전 세계로 발송된다. 그런데 이메일의 탄소 영향력이란 데이터 흐름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온라인 동영상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한 데이터 사업자가 이 숫자들을 우리들 개개인의 척도로 환산해 보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그는 한국의 가수 싸이가 불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강남스타일> 클립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한 해에 17억 조회 수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썼는데, 이는 297기가와트시의 전력 소비에 해당되는 양으로, 이시레물리노, 캥페르 또는 트루아 같은 도시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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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극에서의 전투

 

... 낙천적이라고 해야 할지, 그게 아니면 건방지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사업자들은 현재 통용되는 기술의 효율성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는 비상함을 지니고 있다. 현재의 것보다 뛰어나게 효율적인 혁신 기술이 나와 언제라도 현재의 기술을 대체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리라고 믿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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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로봇이 인간보다 더 심한 오염원이라면

 

... 요컨대, '데이터 생산 증가에 따른 보이지 않는 역학은 이제 개인의 주의력이나 콘텐츠 소비 시간과 점점 덜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마이크 해저스 교수는 설명한다. GAFAM은 그러므로 점점 더 많은 개개인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도록 하는 작업을 꾀한다. 컴퓨터와 알고리즘, 그 외 다른 사물들이 웹의 삶에 난입하면서 인터넷에서 인간의 활동이 지닌 심리적 저지선은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우리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을 위해 사용되던 인터넷에서 기계에 의해, 심지어 기계를 위해 개발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데이터 생산의) 정점엔 한계가 없다"고 마이크 해저스 교수는 덧붙인다.

 

 우리들 자신이 '알고리즘'의 힘 앞에서 점진적으로 포기하고 기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동적 펀드를 지배하는 코드를 바꾸자는 데 대한 거부는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결정권을 알고리즘에 위임하는 것은 곧 우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라고 후안 파블로 파르도-구에라 교수는 평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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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길

 

 제일 도출해내기 어려운 합의는 아마도 미래에 기술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차지하게 될 입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다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식량 자원과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기 좋아한다면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이러한 경향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생각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원자 군단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 도구는 우리의 일상적 솔선수범(그것이 고귀한 것이든 명예롭지 못한 것이든)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을 증대시킬 것이다. ...

 

 

 

... 독서 모임 덕분에 또다시 귀한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책을 읽었다. 근데 인용 옮기다 보니 한 번 다시 읽어야겠다. 모임 앞두고 급하게 읽느라 ㅠ.ㅠ

 

... 비물질화라는 환상, 그리고 과다 소비를 유발하는 환경... 사실 인식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너무 피곤하다. 그럼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해?

 

... 적어도 과다 소비는 피해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개인의 의지와 능력으로 가능하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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