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오브리 고든

2. 비만이라는 유행병

 

 내 삶의 경로를 결정지은 것은 내 힘과 열정이 아니라 내 몸을 향한 타인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반응들은 나를 가두는 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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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날씬해지기 위한 비용

 

... 비교적 날씬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뚱뚱한 몸에 대한 반대가 끼치는 구체적·외부적 피해를 불안이라고 재구성하며 재해석한다. 어쨌든 날씬한 여성들은 뚱뚱한 사람들과 동일한 정도로 사회적 편견, 폭력, 괴롭힘, 노골적 차별을 겪진 않는다. 그러므로 여러 날씬한 여성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가운데선 불안을 느끼는 일이 가장 나쁜 축에 속하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들이 명시적이거나 대인관계에서 일어나거나 제도적으로 벌어지는 뚱뚱한 몸에 대한 반대에 관해 이야기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불안이라고 해석한다. 뚱뚱한 사람들이 겪는 차별을, 좀 더 받아들이기 수월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신체 이미지와 관련된 내면적 투쟁으로 재구성하는 현상을 나는 날씬한 사람들의 불안thinsecurity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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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걱정이라는 핑계, 선택이라는 착각

 

 뚱뚱한 몸에 대한 반대는 뚱뚱한 사람들을 구하는 일도 아니고, 우리 뚱뚱한 사람들의 건강에 관해 걱정을 표현하는 일도 아니며, 심지어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도 아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특혜를 누리는 날씬한 사람들의 자아를 강화할 때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날씬한 사람들이 살이 찔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미래에서 온 유령이다. 그리고 여느 초자연적인 적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반드시 무찔러야 하는 대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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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욕망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신화

 

... 대체로 페미니즘 담론은 뚱뚱한 여성의 경험이 지닌 풍성함을 반영하지 못하는 성희롱과 성폭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 담론은 트랜스젠더 여성, 이주민 여성, 나이 든 여성, 빈곤한 여성의 경험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반영하지도 않는다. 문화적

·성애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규정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 캣콜링과 성폭력이 만들어내는 폭력이 있다. 뚱뚱함은 오랫동안 페미니즘 운동을 공격하는 데 쓰였다. 미국에서 백인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 벌어지던 시기, 여성이 시민권을 행사하는 데 반대했던 사람들은 힌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을 뚱뚱하고, 매력 없고, 시끄럽고, 요구하는 것이 많다고 묘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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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엇보다 절대 해는 끼치지 말 것

 

 "당신에게는 건강이 아주 중요한 것 같군요." 그가 이렇게 말하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울음이 터졌다. 도저히 억누를 수 없이 울부짖으며 터져 나오는 슬픔이었다. 이렇게 단순히 인정받는 행동만으로도 슬픔이 튀어나왔다. 그 오랜 시간을 들이고 나서야, 모욕과 삭제를 피해 가려고 그 모든 책략을 쓰고 나서야 마침내 누군가가 알아봐준 것이었다. 그날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오랫동안 노력을 해왔는데도 어느 누구도 내게 건강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건강을 챙겼다. 지금도 챙기고 있고 말이다.

 

 

... 비슷한 계열의 책들이 화를 내비치면서도 이성을 내세우려 노력하는 반면, 이 책은 꼭 필요한 얘기는 하되 분노를 확실 쏟아낸다. 날씬한 이들과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난이 특히 신랄했다.

 

... 그나저나 차별은 정말 닮아있는 듯. 3장을 인용한 부분에서 '뚱뚱한 사람'을 여자, '날씬한 사람'을 남성으로 바꾸면 그대로다.

 

...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도, 7장의 인용처럼 상처가 쌓이고 위로에 무너진다.

 

... 8장에서 뚱뚱한 몸을 차별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는데... 인간이 소비자일 뿐인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요즘 모든 것을 자본주의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