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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슬픔만을 생각한다

네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

 

 복댕아. 오늘 아빠가 병원에 오셨어. 널 생각하면서 많이 힘들어하시더라. 며칠째 잠도 못 잔다고 하셔서 네가 아팠던 게 아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어. 미안해. 제일 아팠던 건 너인데 우리는 네가 떠난 후에도 우리의 슬픔만 생각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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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그 병원 잘되나 봅시다

 

...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누구나 사용하는 지금이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상품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반려라는 이름을 붙인 가족 구성원으로 불리고 있는 한편에서는 폐기처분이 가능한 상품으로 유통된다. 그 사이의 간격 차이가 너무 커서 자주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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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흔적

 

 사랑이의 자해는 사랑이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삶의 모든 흔적들이 모여 그 존재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로 만든다. 그런 흔적들로 만들어진 이 앵무새도 나에게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사랑이 몸에 생긴 새로운 핏자국을 볼 때마다 밀려왔던 우울함과 무기력이 좀 가벼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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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다르지 않은 마음들에 대하여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다. 알을 낳지 못하고 육계로서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많은 수평아리가 태어나자마자 도태되고 있었다. 산채로 분쇄기에 갈려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되거나, 마대에 넣어 압사되고 있었다. 그 잔인함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구역감을 삼키고 나니 일상은 또 꾸역꾸역 살아졌다. 어렸을 때는 병아리 한 마리의 죽음으로 온 세상이 흔들렸는데, 지금은 병아리 대량학살 소식에도 잠깐 슬프고 만다. 나는 그렇게, 내가 싫어하던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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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는 개는 없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동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신고 의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 자기를 아프게 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물지 않는 개는 없다. 하지만 학대받는 개는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을 수 있다. 아파서 으르렁대면 더 심하게 맞았을 것이고, 그 기억 때문에 사람을 물 수 없게 된 것뿐이다.

 

 

 

... 영혼의 노숙자에 작가님이 출연한 에피소드를 듣고 읽었는데도 찔끔 찔끔 울며 봤다.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이 동물들의 죽음을 마주치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맷님도 말씀하셨는데, 조류에 관한 관심은 좀 새로웠다. 다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데... 나도 병아리를 귀하게 키웠지만 툭 하면 치맥을 외치던 어른이었다(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닭을 새로 보려 노력해야지.

 

... 그래도 처음 데려왔을 때는 병원에서 주사를 찔러도 소리 한 번 안 내고 꿈틀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주사를 맞으면 낑낑거리며 몸을 비튼다. 그래도 학대를 받았을까. 사회성이 좋은 걸 보며 엄마 고양이가 잘 보살핀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쨌든 나를 만나기 전에 다른 환경에 놓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성질 부릴 때마다 예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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