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성채: 무법지대 Twilight of the Warriors: Walled In 2024
- 2024년 10월 26일(토)
- 롯데시네마 대전롯데백화점
오랜만에 극장에서 무협에 가까운 액션 영화를 보았더니 새로웠다. 구룡성채라는 공간이 압도적이기도 했고.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서 이전 세대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지는 것, 공간보다 그 안의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지금 홍콩의 상황을 은유하고 있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 캐릭터들이 개성적이고 배우들도 배치가 좋다. 특히 고천락이 너무 멋있어야 이제야 알게 된 게 놀라움. 프리퀄과 시퀄이 기다려진다.
다만 구룡성채라는 공간의 매력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폐쇄공포가 일었고, 냄새까지 상상하면 내가 영화를 위해 상당히 미화된 공간에서조차 몇 분도 견디지 못하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담아낸 구룡성채의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일종의 향수까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엔딩크레딧을 보며 창작자들이 나 못지 않게 그 공간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에 맘이 좀 놓이긴 했다.
집에 와서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고, 구룡성채를 다룬 옛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그야말로 법과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그곳은 홍콩의 제조업과 식품업에 값싼 부자재를 제공하는 기반이기도 했다. 폭력 조직들이 다양한 양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만 무엇보다도 마약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걸 생각하면 결국 이 영화도 범죄자 미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에서 삼합회와 성채 내의 조직을 대비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마약을 파는 이들이 있었고 신이가 관리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면서 치안을 간리한다? 범죄조직을 다루는 영화들이 대부분 눈감고 있는 면들(이런 관점에서는, 실은 <무간도> 시리즈가 아닌 <무간도 4>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