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 - 재넷 맥커디

TheEnd 2023. 12. 15. 17:25

엄마가 죽기 전

 

 명성은 엄마와 나를 갈라놨다. 우리 사이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장벽이 생겼다. 엄마는 명성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그 명성을 누리길 원했다. 엄마가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그 명성을 누리게 되자, 엄마는 행복한데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엄마의 행복은 내 행복을 희생한 대가였다. 나는 강탈당하고 착취당하는 느낌이었다.

 가끔 엄마를 보면 미운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싫어졌다. 감사할 줄 모른다고 나 자신을 나무랐다. 엄마가 없으면 나는 아무 쓸모도 없었다. 엄마는 나의 전부였다. 나는 애초에 느끼지 말았어야 할 감정을 꾹 삼키며, "엄마, 정말정말 사랑해요"라고 말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다. 아주 오랫동안 내 일을 위해, 또 엄마를 위해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젠 나 자신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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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은 후

 

 거식증으로 돌아가야 했다.

 폭식증 앞에서는 통제력이 없어서 혼란스럽고 무기력했지만, 거식증에는 당당하고 전권을 휘두를 통제력이 있었다. 게다가 저렴했다. ...

 

엄마가 나한테 가장 좋은 것을 원하지 않거나 나한테 가장 좋은 것을 행하지 않거나 나한테 가장 좋은 게 뭔지 정말로 몰랐다면, 내 삶과 내 관점과 내 평생의 정체성은 잘못된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 삶과 내 관점과 내 평생의 정체성이 잘못된 토대 위에 세워졌다면, 그 잘못된 토대에 맞서는 일은 그걸 무너뜨리고 새로운 토대를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엄마의 바람과 요구와 승인에 따라 내 모든 움직임을 통제받지 않고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하나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