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은서란
4장.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만들기
기대와 서운함 없는 '아름다운 거리'
내 가족은 부모, 아들, 딸 4인으로 구성된 '정상가족'의 표본이었다. 이 허울뿐인 정상가족은 수십 년을 버티다 결국 허물어졌다. 이 허울뿐인 정상가족은 수십 년을 버티다 결국 허물어졌다. 정상가족의 환상 따윈 나에게 없다. 결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라 함께 사는 구성원 간에 예의와 의리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가족을 갖고 싶었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나의 돌봄은 누가 책임지지?' 혼자 일상 생활이 가능한 상태라면 어리나 이웃과 서로 연대해 간단한 돌봄이야 가능하다지만 거동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문제가 된다. 나는 내 돌봄은 내가 알아서 책임지고 싶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될 때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정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내 죽음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존엄하게 살다가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지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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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현실로, 친구를 입양하다
성인 입양의 경우, 조건과 절차가 허무할 만큼 간단하다. 양부모가 될 사람이 성년이고, 양자가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만 아니면 된다. 양자가 양부모보다 단 하루라도 늦게 태어나면 가능하다. 이 조건만 갖추면 A4 한 면에 인쇄된 입양신고서를 작성해 양자의 친부모 동의 서명을 받아 구청·시청·읍면 사무소에 제출하면 끝이다. 만약 양자가 될 사람이 결혼한 상태라면 배우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 전사(前史)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친구를 입양하는 이야기는 책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좀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함도, 실행력도 범상치 않은 분이라 앞 부분도 재미있게 읽긴 했다.
... 돌봄과 가족에 관한 고민은 이 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만 가족에 있어서는 정상성을 넘어 답을 찾아가고 있으면서도, 돌봄에 있어서는 여전히 정상성에 갇혀 있는 것 아닐까? 물론 나도 오랫동안 했던 생각이고 지금도 (감정적) 결론은 유사하지만, 이제는 인용한 서술이 불편하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짐인 것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