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주다 - 우에마 요코

TheEnd 2023. 7. 23. 21:15

맛있는 밥

 

 딸을 훌쩍 안아 올리면서 먹을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그리고 딸에게 밥 짓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오기를 즐겁게 기다렸다. 나 자신을 위해 밥을 지을 수 있으면 아무리 슬픈 일이 닥쳐와도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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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

 

 지형이 바뀔 만큼 폭탄이 쏟아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하나둘씩 죽어 가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아이와 자신은 늘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한 뒤 죽은 엄마가 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굶주림과 공포로 인해 생리가 멎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할머니는 그 모든 일을 경험한 뒤 다시 한번 그곳에서 땅을 일구어 살아왔다는 것을 딸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눈을 부릅뜨는 딸에게 전쟁은 까마득히 먼 옛날에 일어났고 이것은 옛날 옛적 이야기라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딸과 함께 반짝이는 수면 위를 나는 물총새를 보러 가서 이곳은 매우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고 지금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자연호 속에서는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을 테니 후카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고 나는 언제쯤 딸에게 말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