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이나다 도요시
제2장 대사로 전부 설명해주길 바라는 사람들 -> 모두에게 친절한 세계관
하지만 대사로 전부 설명해주길 바라는 관객은 오독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자유를 작품의 깊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친절하다며 불쾌감을 표현한다.
정보 이해력이 낮은 시청자가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사토 씨의 지적대로 "작품에 클레임을 걸면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편, 이해력이 높은 시청자는 작품의 깊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어마어마한 창작 노력을 필요로 한다.
"오픈 월드 게임Open World Game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광대한 세계관을 준비해두는 거죠. 좋아하는 곳을 철저하게 파려고 생각하면 팔 수 있고, 파지 않아도 게임은 즐길 수 있도록요. 어떤 눈높이로 그 세계를 체험할지는 플레이어의 자유고요."(사토 씨)
오픈 월드 게임이란 광대한 가상세계(기본적으로는 3D 공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형의 게임이다. 기본적인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만 그 세계에서 어떻게 지낼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최근 유명한 작품으로는 <젤다의 전설 프레스 오브 더 와이드>(닌텐도 스위치)와 <그랜드 세프트 오트V>(PS4, PC 등)가 있다.
오픈 월드 게임은 제작자가 준비한 모든 건축물과 장소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또 모든 이벤트를 체험하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로 설계되어 있다. 게임 내에서 체험하지 못하는 것이 있어도 플레이어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수월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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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실패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 -> 개성이라는 족쇄
그런데 지금은 문화적으로 주류가 사라졌다. 가치관의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니 취미나 취향이 완전히 나누어져 '압도적인 다수가 좋아하는 것'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
"'보통'을 잃어버렸죠. 결과적으로 개성이 없으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매우 불안합니다. 그런 불안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취미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애써요."(모리나가 씨)
... 최근에는 깊이 알고 싶은 마음보다는 안식처를 얻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식처가 될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자신을 개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어 실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한 요소가 필요한 거죠."(모리나가 씨)
"밀레니얼 세대가 '체험하지 못한 것'에 가치를 둔다면 Z세대는 '체험을 따라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 그들을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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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좋아하는 것을 무시당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 -> '상쾌해야' 찾는다
세상에는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 가치관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존중은 '마주하고 이해하는' 의무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가치를 공감에서만 찾으려는 사람은 '공감하기 어려운 가치관을 마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그러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가성비가 좋지 않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자기 생각을 보강해줄 이야기나 말을 찾고 그것만 강화하게 된다. 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없는 그들은 "세상에 자신과 다르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혹은 그런 사람을 쉽게 적으로 치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