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을 향하여 - 다나카 히로시, 나카무라 일성

TheEnd 2023. 7. 14. 13:37

4장 '히타치'에서 '민투련'으로

 

 결국은 말이죠, 차별에 맞닥뜨리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하나의 선구적인 움직임이  <현계탄>에 쓴 박 씨의 한글 서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무렵 박씨는 "이 재판에 이기든 지든 자신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히타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같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나는 역시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문날인 거부 문제에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이라는 문제는 그에 맞서는 행동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해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역시 차별과의 싸움은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이름과 관련된 문제도 계속 숨겨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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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헌법 파수꾼'의 인권 감각을 쏘다

 

... 자신을 속속들이 드러낸다는 게 이상한 일일지 모르지만, 역시 투쟁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야지 현실의 차별과 싸워갈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투쟁해가는 과정에서 분명해집니다. 자이니치가 투쟁한다고 하면 왠지 일본인만 나무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이 자이니치와 관련된 문제에 공통돼 있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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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자이니치 한국인 변호사 제1호, 김경득이 남긴 것들

 

... 그때 상당히 다툼을 벌였습니다. 모두가 '건방지다'고 말했지요. 유학생 투쟁 때부터 나는 실제 당사자에게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를 기준에 놓고 일해왔으니까요. '타협점'이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사안을 확실히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한 정치 운동을 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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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잊혀진 황군'들의 절규

 

 60년대 고도 성장기에 전쟁 피해자에 대한 금전 지급이 엄청나게 불어나게 됩니다. 그러는 한편, 외국 국적자나 공습 피해자는 배제되어 갑니다. 전후사 연구라는 게 있지만 이런 언저리의 문제들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습니다. ...

 역시 그것은 '국가를 위해서' 어떤 모양으로든 일했던 사람들을 보살펴줘야 한다는 것. 스기야마 씨도 공습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하는 재판 현장에서 온갖 이야기를 했지만, 전쟁 피해와 손해는 "국민이 평등하게 참아내야만 하는 것"이라는 게 키워드죠. 뭔 소린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입니다. [군인/군속이 입은 피해와 공습 피해에 대한 대우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재판까지 해가며 문제 삼고 있는 것인데, 그렇기에 사상적으로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

 

 

... 자이니치의 다양한 싸움을 지원했던 다나카 히로시와의 대담집. 개인의 경험으로 시작해서 자이니치의 다양한 싸움이 시간 순으로 나열된다.

 

... 자이니치의 투쟁사를 간단히라도 훑어볼 수 있어 유익했다. (3장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국적'이라는 차별 장치가 얼마나 폭넓게 작용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인용에서 옮겼듯이, 차별에 맞서서 행동하며 변화한 개인들 그리고 다나카 히로시처럼 이들을 지원한 이들 덕분에 정말 멀리 왔다.

 

... 그리고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싸움에 모두 관여한 다나카 히로시 개인에게도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유지해온 것도 대단하다. 이런 이들이 일본에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