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선언 - 제니퍼 건터
선언문
완경기라는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팩트'가 필요하다.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페미니즘 또한 필요로 한다. 우리 몸과 건강관리 문화, 심지어 우리의 생각까지도 가부장제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 완경에 관한 토론이 부재한 것은 여성들이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 아니다. 완경기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경멸적인 언어나 의료계의 무관심 또한 완경기 여성들이 바라서 벌어진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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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변화 되찾기: 페미니즘으로 자신의 신체 이해하기
3장 완경의 생물학: 두뇌-난소 연결
... 우리는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에 가치 판단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오랫동안 젊음과 출산만이 귀중하게 여겨져 온 여성들의 신체에 관해 논의할 때는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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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변화를 이해하기: 완경기에 접어들 때 예상할 수 있는 일들
7장 완경으로 인한 변화: 체력, 신체 치수, 체형의 변화
... 완경과 함께 찾아오는 예고 없는 출혈과 발열감 같은 안 그래도 달갑지 않은 경험에 더해 이러한 신체적 변화까지 겪으며 갱년기를 맞이하는 여성은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된다. 몸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마치 생전 본 적도 없는 새로운 경고등이 매일같이 바뀌며 깜박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번엔 그래서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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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여기 너무 덥지 않나요? 나만 그래요?: 혈관운동증상과 그 불을 끄는 법
일부 문화권과 국가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 실제로 혈관운동 증상이 적게 나타나는 것인지, 혹은 증상이 있으나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발열감이나 야간 발한에 대해 심지어 의학 연구에 참여해서조차 표현할 수 없는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는 증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지 않고 여성의 완경기 발열감 발생률이 문화나 민족에 따라 다르다고 보고하는 것 자체가 어떤 여성들에게는 증상을 축소해서 표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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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완경이 오면 뇌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브레인 포그, 우울증 그리고 치매
... 우리는 매번 월경 전, 월경 중,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에 호르몬으로 인한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질책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 '독성' 호르몬으로부터 마침내 해방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제는 뇌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호르몬으로 여성을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신공격이다. 아니, '여신공격'이 맞는 표현이려나. 이는 인격살인이며 가부장제의 핵심 교리이기도 하다.
... 많은 여성이 출산 후 '뇌가 아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느끼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무능력해진 것이 아니라, 뇌가 모든 역량을 변화시켜 인간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특정 과업, 즉 아기의 생존에 모든 집중이 쏠리게 되었을 뿐이다. 임신에 들어간 막대한 자원과 최종 산출물(아기)의 극도로 취약한 상태를 생각하면 이러한 뇌의 작동은 매우 논리적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완경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나이 든 여성은 무능력하다는 편견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으로, 확증 편향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증명하는 전형적인 표본처럼 느껴진다. 완경이 기억력과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세뇌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탓에 나 역시 사실 완경 전에도 언제나 물건 정리를 잘 못해왔음에도 내가 자동차 키를 다른 곳에 둔 것이 완경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무엇이 정상인가에 대한 논문을 읽은 후 내 경험을 나와 비슷한 연령의 남성과 비교해본 후에야 나 역시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렸고 그러자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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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변화를 향한 한 걸음: 호르몬, 음식 그리고 건강기능식품
17장 완경기 호르몬 요법: 우여곡절의 역사와 오늘날
... 완경에 이르기 전까지 월경은 저주와도 같은 끔찍한 것이었는데, 그 존재가 자취를 감추자마자 축복이자 남성에게 성적 배력을 발산하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하는 걸까. 여성의 몸이란 단 한 번도 '괜찮은' 상태에 머무를 수 없는 것인가.
사회적으로 MHT와 관련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게는 이것이 여성과 여성의 의사결정 능력을 미숙하게 여기는 것 이상으로 보인다. 발기부전 약의 경우 이를 복용한 남성 10만 명당 3명꼴로 실명을 유발하지만, 사회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결정 여부를 남성에게 맡긴다. 발기부전 치료는 남성의 복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골다공증, 불면, 경미한 우울증을 예방해주지는 않는다. 반면 에스트로겐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이상의 것을 제공해주는데도-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나는 이 비틀린 차이에 대해 여성혐오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답을 찾아낼 자신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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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변화의 주도권을 쥐기
24장 어서 오세요, 제 완경파티입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완경을 대하는 방법
많은 면에서 완경은 시각의 문제다. ...
...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
... 여성 호르몬제 TV 광고 정도로 접했던 완경에 관한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완경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몸의 변화를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풀어말하자면 가부장적+여성비하적 관점에서 벗어나 받아들일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책이다. 일단 덮어 두었다가 완경이 다시 다가오면 찾아볼 만하다.
... 다만 (적극적인) 호르몬 치료에 관해서는, 독서 모임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호르몬의 거짓말>을 함께 읽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