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 - 배성민

TheEnd 2022. 11. 14. 19:15

2. 점거 농성

학습권 보장 학생 집회

 

 그런데 2021년 신라대 농성 투쟁에 노학연대가 재현되었다. 물론 1980년대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1980년대에는 학생운동가가 위장 취업해서 노동자를 계몽해 투사로 만들었다. 2021년에는 거꾸로 노동자가 청년 학생을 계몽했다. 부산·경남 청(소)년과 신라대 학생은 청소노동자 해고에 분노해 농성장으로 모였다. 학생들이 올 때마다 조합원들은 분주했다. 신라대 투사들은 10년간의 투쟁 역사에 대해 일장 연설했다.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에 맞서는 법을 가르쳤고, 활동가로서 갖춰야 할 태도를 조언했다. ...

 현장 조합원들은 학생들이 더 나은 활동가가 되기를 바랐다. 결국 농성 승리 뒤 10여 명의 청년이 부산일반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21세기의 노학연대는 1980년대와 같이 학생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계몽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학생을 학생이 노동자를 상호 계몽하며 함께 배우고 함께 투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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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숙제

 

 하지만 학내 노동자가 단결해 투쟁하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남는다. 신라대에는 청소노동자 이외에도 다른 직군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다. 투쟁 시작 전에 현장 대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 대표는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다면 흔쾌히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농성 투쟁 과정에서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투쟁 중에 발생한 소음으로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학교 업무에 타격을 줘 총장을 압박해야 하는 우리 입장과 학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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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위원장은 농성 투쟁으로 모든 일상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급한 일이 있으면 보고하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 농성 투쟁하면 간부는 집에 못 가는 줄 알았다. 노조 활동하기 전에도 농성 투쟁을 책임지는 간부의 급한 개인 사정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늘 궁금했다. 농성 투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소통만 잘한다면 중요한 개인사를 처리하기 위해 얼마든지 농성장을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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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직접 고용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지방대 위기는 그곳에서 일하는 대학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다. 책을 쓰면서 대학 하나가 무너지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지역 주민의 생존권 또한 박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신라대와 같은 사례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고, 희생자로 학내에서 가장 약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먼저 지목될 것이다.

 

 

 

...  저자는 진보 정치인을 꿈꾸다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노동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조 활동가가 된다. 나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머리로만 운동해 온 사람의 지나친 비장함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들이 군데 군데 있어 동질감이 들었다.

 

... 이런 시대에도 위에 옮긴 부분처럼 노학연대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파업에 반대하는 학생들, 다른 직군 노동자, 다른 노조의 동일 직군 노동자와는 대화 자체가 어려웠고 설득이나 연대는 요원해 보인다. 이 시대에 이해 관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