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그래

그래 수술 - 소장 내 이물 제거 _ 2018.03.17

TheEnd 2022. 9. 20. 20:11

 


 그래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며, 집사 또한 그 여파로 골골대고 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세상 일이란 알 수 없으니 ㅠ.ㅠ 기억용으로 정리.

- 2월 26일(월): 퇴근 후 사료토 발견
- 2월 27일(화): 사료량 체크 결과 거의 먹지 않음
- 2월 28일(수): 역시 사료량 줄지 않음. 단골 병원 내원해 구토억제제 처방. 집에 돌아온 후 사료 약간+군것질.
- 3월 1일(목): 아침부터 다시 아무것도 먹지 않음. 다시 단골 병원 내원.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했으나 위장에서 이물질 확인하지 못함. 췌장염 검사 음성. 다시 구토억제제 처방+수액.
- 3월 2일(금): 역시 아무것도 먹지 않음. 밤에 구토.
- 3월 3일(토): 다시 단골 병원 내원. 종일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라 점심 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상태 보며 추가 검사+수액 맞기로 함. 범백 검사 음성. 결국 수업이 끝날 때까지 원인을 찾지 못해 저녁에 큰 병원으로 이동. 일단 입원하고 수액+영양제 처치.
- 3월 4일(일): 오전에 초음파 담당 선생님이 출근해 검사. 소장 내 이물질(장난감에 달린 스펀지 -_-+) 확인하고 오후 5시경 수술. 이후 들은 내용이지만 마취한 김에 비강 세척도 함께 진행함. 6시에 수술 종료.
- 3월 7일(수): 퇴원
- 3월 10일(토): 단골 병원 내원해 일부 항목 혈액 검사.
- 3월 14일(수): 실밥 제거

 1.
 오래 굶으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간과 달리 고양이는 간에서 영양분을 빼낸다고 한다. 체격에 따라 달라지는데(체격이 클수록 간 손상에 이르는 시간이 더 짧다) 그래는 일주일 정도면 간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단골 병원에 간 시점이 밥을 먹지 않기 시작한 지 3일쯤 된 때였는데, 그때만 해도 일시적으로 구토를 하고 속이 불편해서 밥을 먹지 않을수도 있다고 좀 더 상태를 보자고 하셨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그럴 수 있다는 것. 절식 외에 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면 (물론 밥을 안 먹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일이긴 하다 ㅠ.ㅠ) 2~3일 정도는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2.
 나라고 다를 게 없고, 내 고양이라고 다를 게 없다. 고양이가 이물을 삼켜서 개복 수술을 했다는 후기를 수도 없이 봤으면서 내 고양이는 안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장난감 안 치우고 다녔다. 어리석은 과거의 나여;;; 이물질 확인하고 온 날 집에 있는 카샤카샤를 다 버렸다.

 위까지는 내시경 수술로 제거할 수 있고, 장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개복을 해야 한다. 또 이물의 재질에 따라 장기 내부 조직이 손상되면 손상된 부분을 잘라내고 봉합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술도 어려워지고 회복 시간도 길어진다.

 그래가 삼킨 건 1센티미터 정도의 스펀지였다. 덕분에 발견이 늦어지긴 했지만 손상된 부분이 없어 수술은 어렵지 않게 끝났다. 그래도 일단 위장을 몸 밖으로 꺼내기 때문에 봉합 부위가 중성화 수술 때보다 훨씬 길었다.

 수술 후에 정상적으로 사료를 먹고 대변까지 봐야 퇴원시켜 준다. 그래는 수술한 다음 날 반짝 기운이 났다가 둘째날부터 오히려 더 기력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강아지와 고양이 방이 분리되어 있긴 하지만 바로 옆방이어서 시끄럽고, 수술한 후에 갑갑한 느낌도 더 컸던 거 같다. 입원한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면회를 했는데 두고 오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3.
 병원에서는 넥카라를 하고 있었지만 집에 와서 넥카라를 빼고 환묘복을 입혔다. 중성화 때는 환묘복 위로 수술 부위를 그루밍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기운이 없어서 그루밍 자체를 잘 안 했다. 환묘복은 실밥을 제거하고도 이틀 더 입혔다.

 퇴원하고도 이틀은 잠만 자고 사료를 안 먹어서 걱정이 많았다. 자는 것도 어두운 곳, 조용한 곳만 찾아서 옷장에 아예 자리를 마련해줬다. 똥오줌도 화장실이 아닌 곳에 쌌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동안은 변을 보려고 힘을 주는 것 자체가 아프다고 해서 굳이 화장실 훈련을 시키지는 않았다. 다행히 9일 저녁부터 식욕이 돌아왔고 다음날 혈액검사를 한 결과도 좋았다. 그날부터 다시 내 옆에 붙어서 자고 있다.

 4.
 단골 병원에서 40만원 정도, 큰 병원에서 190만원 정도 들었다. 그나마 단골 병원에서 이런 저런 항목을 할인해주고, 큰 병원으로 옮긴 후에도 단골 병원 원장님이 비용을 감안해 최소한의 처치만 해달라고 부탁해서 그 정도였다. 그 말을 큰 병원 원장님한테 전해 들었을 때는 좀 민망했는데 결론적으로 감사하고요, 또 그래 아프지 않게 신경 많이 써달라고 신신당부해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ㅠ.ㅠ

 일요일 오후에 이물질을 확인한 후 수술을 다음 날 단골 병원에서 할지, 아니면 바로 큰 병원에서 할지 선택해야 했는데 발견 자체가 늦었고 수술을 하루 더 미뤄서 그래가 겪어야 할 고통과 내 맘고생을 생각하면 돈을 더 쓰는 게 낫겠더라.

 운전이 늘었고 통장은 너덜너덜해졌다;;;

 5.
 또 장난감 삼키면 평생 장난감 안 줄 거다. 아프지 말자, 그래야.

 

 

 

 

  • Mirabell 2018/03/17 22:19 # 삭제 답글
  • 글만 봐도 머리가 아파집니다...... ㅠㅠ 달리 드릴말이 참.... 빨리 회복해서 건강해지길 빕니다....
  •  디엔 2018/03/26 22:49 # 수정 삭제
  • 다행히 이제는 거의 회복했습니다. 코가 수술 전만큼 좋아지지 않는 게 걱정이지만...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  진냥 2018/03/18 19:57 # 삭제 답글
  • 그래가 많이 아팠군요ㅠㅠ 고생하셨습니다....ㅠㅠ 몸고생, 통장고생.. 건강이 제일입니다!
  •  디엔 2018/03/26 22:50 # 수정 삭제
  • 왜 아픈지 말도 안 해주고... ㅠ.ㅠ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ㅠ.ㅠ 맞습니다, 건강이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