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산책 - 류영하
1. 먹기
12) 일본 요리
대학원생이나 대만인들을 만날 때마다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싫든 좋든 우리 역사다. 역사는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대만인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본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했다. 일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사회이다. ...
역사를 철저하게 현실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대만에서는 일본이 남긴 역사도 사업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역사는 지금 대만인들의 생활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일본이 남긴 문화라고 하더라도 그저 이윤 추구에 좋은 아이템에 불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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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기
4) 타이중의 전란궁, 마조묘
마조는 대만을 대표하는 신령이다. 글자 그대로 푼다면 엄마(媽) 같은 조상(祖)이다. 대만인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마조와 대만인의 정신세계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마조의 신도는 1천 4백 만 명으로 집계된다. 대만 전체 인구의 60%에 해당한다. 대만에는 크고 작은 마조묘가 5백 개가 넘는다.
마조는 바다의 신이다. 대만이 섬나라이기에 바다를 다스리는 신령이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사방이 바다이기에 그들을 보호해주는 신령이 필요했다. ...
루강 마조묘의 마조 상은 4백 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늘날 대만 마조 신령의 어머니 격이다. 대만의 모든 마조는 루강 마조의 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조를 분가시킬 때도 방법이 있다. 나무로 만든 기존 마조의 몸에서 작은 조각을 하나 떼어내서 새로 만든 마조 상에 붙인다. 그러면 기존 마조는 어머니가 되고, 새로 만든 마조 상은 자식이 되어 평생, 아니 영원히 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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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국부기념관
장엄한 국가의 첫머리에 나오는 그 삼민주의(민족, 민권, 민생)는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존경받는 국부 손문(孫文)의 주장이었다. 손문의 꿈은 우선 대중화(大中華), 즉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였다. 그는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당시 모든 문제를 통치자인 만주족의 책임으로 돌렸다. 나라를 한족이 되찾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믿을 만큼 만주족을 증오했다. 어쩌면 그가 주장하는 민주공화제와 민생과 균부(均富)는 한족의 나라를 세우는 수단에 불과했다.
... 대만은 손문의 정신을 장제스가 구현한 공간이다. '5권 분립'이라는 손문의 정치철학이 구현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대만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이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 감찰, 고시의 5권 분립이라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도로 경영되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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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타이난의 대만역사박물관
대만에 관한 책을 쓴다는 말을 듣고, 타이베이에 있는 유명한 식당인 지핀쉬안의 대표는 내게 신주, 타이난, 루강, 세 도시를 잘 돌아보라고 했다. 모두 대만의 고도(古都)이다. 역사를 잘 살펴보라는 뜻이었다.
대만의 역사박물관은 대만의 역사를 어떻게 서술할지 내내 궁금했다. 마침내 대학원생들과 함께 관장을 면담했다. 그는 대만역사박물관의 약점을 솔직하게 말했다. 중화민국 역사, 특히 1912~1949년 전시물이 공백 상태라는 것이다. 대만에서 이 기간의 역사를 기록하기는 해도, 사실상 대만이 아닌 대륙의 역사이다. 당연하지만, 대륙의 역사를 대만의 역사로 수용하는 문제에 갈등이 크다고 했다.
진보파는 그것을 대만의 역사로 인정하지 않고, 보수파는 대륙의 역사까지도 대만의 역사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사회적 갈등의 최고 지점이자 최대 쟁점이라는 것이다.
... 중국학 학자라는 저자의 정체성 덕분에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손문과 대만의 국가 제도에 관해서는 시간을 들여 살펴보는 게 좋겠다. 대만 역사에서의 쟁점도 이해할 만하다.
... 무엇보다 대만을 가야 한다. 마주축제에 참여하고, 그 신앙에 관해서도 더 알고 싶다.